먼저 이 글을 보기위해 들어온 사람들을 위해서 먼저 말을 하자면
이 글은 iOS 개발에 관한 글이 아니다.
사실 브런치 같은 플랫폼에 작성하는 것이 더 성격에 맞을지 모르겠다.
그치만 아직 브런치 작가 승인이 안났고, 꾸준히 이런 성격의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니까..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이다.
내 삶에서 게임을 가장 열심히 했던 시기는 아마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기인 것 같다.
지금은 넥슨으로 넘어간 서든어택을 포함해서 대항해시대와 카르마 같은 굵직한 게임들을 품고 있던 넷마블에서
나는 비교적 귀염뽀짝한 '그랜드체이스'라는 게임을 했다.
PVP 전적 70%넘어 가면서 꽤나 높은 랭크에 오랫동안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모든 게임이 그렇듯 고도화 되 갈수록 벨붕되고.. 많은 변화가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안하게 됐던 것 같다.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던전 앤 파이터, 서든어택, 피파온라인 같이 친구들이 하는 게임을 다 따라서 하기도 했고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아이온이나 로스트아크 같은 RPG도 건드렸었다.
나는 어렸을 때 부터 게임이 어려웠다. (그랜드체이스는 좀 제외..)
게임보다 책보는 게 좋았고, 운동하는 게 더 재밋었는데 사실 공부 빼고 다 재미있을 시기이지만 게임은 잘하기 위해서 공부해야하는 것 같아서 그다지 열심히 안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남들 다하는 롤은 건드리지도 않았고 덕분에 살면서 롤 10판도 안해본 문찐이 됐다. 어딜가든 롤해요? 티어 뭐에요? 하고 묻는게 몇 살이냐고 묻는거 보다 자연스러운 시기에도 롤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롤 잘하고 싶어서 매일 휴대폰으로 검색하고 아이템 테크 검색해서 외우고 있는거 보면 솔직히 좀 이해가 안됐다.
나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따라가기 힘든데 저걸 언제 다 공부하지..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오버워치라는 게임을 꽤 오래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잠깐, 그냥 게임에 재능이 없다고 결론내리기로 했다.
20대 초반 남들보다 늦었다는 꽤나 많은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TV, 게임 같은 건 하나도 안하고 거의 5-6 년이 흘렀다.
일년에 한두번 갑자기 게임이 하고 싶어지는 시기가 있으면 일주일동안 게임만했다. 피시방에가서 거의 7-8시간씩하고 다시 질려서 일년동안 안했다.
생각해보면 일주일정도 게임을 하고 나서 질리는 시점은 무과금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거나, 알고있는 정보만으로는 더 높은 난이도를 깰 수 없을 때, 검색하고 공부하고.. 이런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 기점을 기준으로 다시 게임을 안했던 것 같다.
이유는 단순했다.
- 높은 난이도를 넘어서기 위해서 검색하고 공부해야하는데 그렇게 해서 새로운 뭔가를 해내는 게 큰 성취감이 없었다.
그 성취감이 굉장히 피상적이고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랑 얘기하려고 게임을하는 것도 웃기고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게임이 숙제같이 느껴지는 순간 흥미가 떨어졌다.
-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계속 컨텐츠가 나오는 데 평생 이걸 해야하나..?
말 그대로 온라인 게임은 끝도없이 컨텐츠를 생산하는데 이걸 언제까지 해야하지? 끝이 있는건가? 끝이 있다면 무슨의미가 있지? 같은 생각. 그래서 비교적 끝이 있고 스토리가 탄탄한 비디오 게임을 좋아했다.
- 나이가 들면서 점점 게임 스토리가 거의 비슷한 것 같고, 컨텐츠나 그 구조가 똑같아서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FPS는 좋은 아이템을 모아서 더 좋은 샷발 유지하기. RPG는 빠르게 레벨업해서 더 쎈 보스를 잡고 거기서 아이템을 얻고 그 아이템으로 더 센 보스를 잡고의 무한 반복
그래서 왜 이런 얘기를 꺼냈느냐 하면,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자기개발이라고 말하는 내게
하필 지금이 바로 일년에 한 두번 있는 그 시기라서..
게임 자체에 특별한 재미를 못 느끼는 내가 왜 갑자기 게임이 하고 싶어지고 일년에 한두번씩 미친듯이 게임을 할까?
차라리 꾸준히 했다면 재테크라도 될텐데 일주일만 하고나면 더 이상 진행하지도 않을 것들에 대해서 왜 계속 생각이 나고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걸까?
나는 끈기가 있는 편이 아니라서 코딩을 제외하고는 딱히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것을 싫어했다. 당연히 게임도 끝이 정해진 비디오 게임을 제외하면 오래동안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해야할 일, 배워야 할 일, 부족한 것들은 너무나도 많고 그런것들을 채우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24시간이 부족하다. 잠자는 시간이 부족한데, 그걸 쪼개서 게임을하라고? 말도 안된다.
또,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멀티 테스킹은 고사하고 해야할 일이 있다면 다른 것과 병행해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일은 나에게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게임을 하는 건 결국 나한테 리소스 낭비이고, 효율의 문제로 다가왔다.
일론머스크가 롤을 좋아했다면 지금 같은 성과를 냈을까?
빌 게이츠가 게임을 좋아했다면 지금 같은 부자가 됐을까?
워커홀릭으로 유명한 잡스는?
워렌버핏은?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게임 =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취미 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협한 생각입니다 )
다 그런줄 알았다.
일론 게임 좋아한다.
빌 게이츠도 카드게임 매우 자주한다고 알고있다.
잡스랑 버핏은 안하는 것 같다.
[현실이 힘들어서 도피를 하고 싶은 걸지도?]
수 많은 레슨런과 숙제만 남은 하반기 취업을 국밥(?)하고 내게 남은건 시간과 깨진 적금의 부스러기들뿐
더 이상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고 돌풍을 맞는 게 조금은 벅찬걸지도..
돌이켜보면 늘 한동안 열심히 달리고나면 보상심리처럼 게임을 찾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연말연시로 떠들석한 요즘 실패를 맛본 내가 그나마 사람을 만나지 않고 매일 하는 공부를 외면할 수 있는 유일한 핑계거리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카이스트를 간 고교 동창은 고3 3월 모의고사를 보고 '그래도 고3인데'하고 게임을 끊고 6모 성적이 떨어졌다.
'아휴 이럴거면 게임이나하자'하고 게임을 했더니 9모에 1111을 받고 서울대 수시합격후 카이스트를 진한학 전설적인 얘기..
실제로 주위를 보면 게임하면서 할 거 다하면서 돈도 잘벌고 연애도하고 결혼도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템팔아서 혼수 마련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뭐라고 게임을 안해야되지? 이런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리소스 문제는 게임이 아니라 시간관리의 문제였던 것 일 수도, 집중력이나 타고난 머리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근데 피지컬차이라고 하면 너무 슬프니까 그냥 내 잘못이라고 하는 게 맘 편하다.
나는 일년에 게임 몰아하는 그 시기에는 그냥 낮에도 게임 생각만한다. '이거 얼른 끝내고 집가서 게임해야지', '오늘은 ~~해야지', '오늘만 걍 게임 몰아할까' 이런생각들이 가득차서 결국은 이클립스처럼 게임이 데이타임을 장악해버리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그렇게 흘려버린 시간이 아까워서 다시 게임을 처다도 보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한다.
브런치에 게임에 대해서 검색하면
게임을 통해서 추억을 회상하고, 자녀와 친목을 다지고, 휴식과 머리를 비우는 리프레시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게임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부여받기도 하는 것 같다. ( 나에게도 몇몇 게임은 추억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치만 그게 내 미래에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
게임이 나쁘고 성공에 방해가 되는 요소다! 라는 생각은 이제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고싶은 본능을 거스르는 이 시간들이 더 시간낭비 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나에게 있어서 또는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게임이라는 행위가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에 있어서 부스터라기 보다는 브레이크 역할을 더 크게 하는 것 같다.
나는 하나만 집중해서 성취하는 일도 버거운 사람이라 게임도 일도 사랑도 동시에 다 잘해낼 자신이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나도 게임 다하면서 원하는 걸 모두 이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는 선택을 해야하는데 이 '선택'이라는 것이
다른 것을 버려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 같다.
비단 게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살다보면 '선택'해야하는 순간들을 마주해야하고
그건 곧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게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발버둥친다.
그 순간이 왔을 때 조금이라도 덜 놓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담아가기 위해서.
포기가 아니라 잠시 미뤄둘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한 때, 한 시간 뒤에 사라질 수도 있는 내일 때문에 왜 지금을 참고 살아야하냐는 정서가
10대와 20대를 뒤 덮었던 때가 있었다. 그치만 이제는 안다.
내가 지키고 있는 미래는 지금이고, 지금은 나의 과거가 지켜온 미래라는 걸.
그래서 오늘의 나는 아직 해야할 일들이 많기에,
과거의 내가 지켜온 지금을 누리기보단 바통을 이어받는 선택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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