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는 거의 독서를 하지 못한 해였다.
12월의 마지막주를 통째로 쉴 수있게 된 기회가 생기자마자 ' 질릴때까지 독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30페이지 정도 읽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내려두었던 책을 집어들었다.
그 책은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 이었다.
줄거리는 최대한 적지 않는다. 오로지 느낌과 흘러가는 상념들을 보내지 않기 위해서 기록하려한다.
'유나'는 어쩌면 너무나도 자유로운 영혼이었을지도 모른다. 본인 영혼의 색이 자유라는 것도 깨닫기 전의 나이에
잘못된 방식으로 제한당하고 날개가 꺾였다. 그리해서 고장나고, 8살의 다락방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거기 그곳에서 자신을
억압에서 구해줄 아버지를 기다리며 원망하고 있었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리셋 증후군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무언가가 도중에 계획과 달라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강박에 사로 잡히는 것이다.
이 강박이 심해지면 결국 본인의 삶마저 다시 리셋해야한다는 생각에 이른다고 했다. 유나에게 계획은 본인의 완전한 행복이었다. 버려지지 않는 것이었다.
작가는 '유나'라는 인물을 나리시스트라고 말했다. 동의한다. '유나'는 본인의 삶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본인을 제외한 모두가 자신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뺄셈이야'라는 대목에서 유나는 편집증적이고 본인의 삶과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것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 싶어한다. 그리하여 본인의 계획인 완전한 행복이 깨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요소를 인생에서 삭제하고 취하여 마침내 통제하에 두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완전한 행복을 위한 삶을 다시 리셋할 수 있도록 자신을, 주변을 지워나가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유나에게서 나의 모습을 봤을때다. 통제. 가능성. 리셋증후군. 이러한 것들은 사실은 유나와 동시에 스스로에게서 발견한 단어인 것 같다. 사실 필자에게 있어서 정유정 작가의 작품이 가장 매혹적인 이유는 인물의 감정에, 논리에, 모순에 기시감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다. 사람은 누구나 편집증적이고 불행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해야하는 마음과 타인의 감정에 동조하여 배려하는 마음이 언제나 공존한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배려인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너무 이기적인 것인지를 검증하는 기술같은 것은 없다. 각자의 잣대로, 기준으로 판단해야한다.
누군가가 강한 충격으로 그 기준과 잣대가 손 닿을 수 없는 곳까지 기울어 버려서, 본인 스스로도 바로 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괴물은 탄생한다.
<완전한 행복>은 한때 이슈가 되었던 '고유정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고유정사건에 대한 범행동기가 궁금해서 여러가지 검색을 해보았지만 뚜렷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은것으로 파악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유정 본인은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심어주고 자녀의 남은 삶을 위해서 얼굴공개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녀가 한 범행은 정말로 그녀의 완전한 행복을 위해서였을까? 단순한 본인의 복수심이나 폭발하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취하여 통제하는 방식만이 남겨진 삶을 행복하게 영위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개인의 특별함에 대한 작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3년 만에 글쓰기라는 것을 해보니 두서가 많이 없었지만, 여기까지 필자의 생각을 들여다봐준 모든 분들께 감사와 박수와 존경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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